여름날의 재회
by Posu
여름이였다.
따사로운 햇살이 보기 좋게 비추고 있던 날.
나는 밖에 있던 그녀의 모습을 위에서 바라봤다.
그녀의 모습은 2년전과 달리 , 한결같고 변함없었다.
하지만, 이제 내가 알던 그녀는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을까.
라고 생각하던 그때 내 옆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이도형군!"
어디선가 들어본 낯익은 목소리.
나는 나를 부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친구인 김굳시가 서 있었다.
그는 손을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
“도형아,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오늘 학원 안 가?”
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아, 학원... 맞다. 가야지.”
김굳시는 내 얼굴을 살피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요즘 네가 좀 이상해 보여. 무슨 일 있어?”
나는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생각이 많아서 그래.”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무겁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2주 전 그 일 때문이야?”
나는 그의 말에 갑작스럽게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2주 전 그날, 서지혜를 마지막으로 본 날.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며 다시금 가슴이 아파왔다.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그냥… 학원 늦겠다. 먼저 갈게.”
나는 그의 말을 끊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러나 김굳시의 표정에서 그가 내 말을 믿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 더 이야기를 나눌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는 서지혜가 자주 걷던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여름의 풍경은 그녀가 좋아하던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 풍경 속에 더 이상 그녀는 없었다.
때는 2년 전, 그녀와 처음 만났을 때.
처음 들어간 교실은 모두 흑백으로 보였지만, 그녀 하나만큼은 밝게 빛났다.
언제부터일까.
지갑을 함께 찾던 그날의 추억.
그녀는 지갑을 잃어버렸고, 나에게 찾아달라고 했다.
나는 그녀와 나란히 발걸음을 맞추며 걸어다녔다.
그녀의 지갑을 찾아준 후, 그녀가 나에게 지어주던 그 미소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가 그녀와 지갑을 찾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나와 그녀가 함께 있는 모습을 찍어 올렸다.
그 사진을 보고, 주변에서 나와 그녀를 엮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와 무슨 사이냐고 묻는 물음에, 침묵으로 답했다.
그러자 그들은, 나뿐만이 아닌 그녀에게도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지금 양쪽 뺨이 붉어진 내 마음을 알까..?
심장 소리가 들리고 얼굴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내심 그녀가 긍정적인 대답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대답을 하지 않는 그녀에게 더욱 자세히 캐묻는다.
"썸이냐?"
한동안 아무 대답하지 않던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어? 썸? 우리 그런 사이 아닌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좋은 대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막상 대답을 들으니 뭔지 모를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이어 말했다.
"걔가 그래?"
이미 망가진 내 마음이 산산조각나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손목의 시계를 보며 교실을 나왔다.
그녀가 그런 대답을 한 후, 벌써 며칠이 지났을까.
예전과 같이 다시 그녀에게 말을 걸 자신이 없다.
그저 나 혼자만의 착각인걸까...?
나는 혼자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나는 혼자 생각에 잠기면 아무것도 해결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나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약속날이 된 후, 나는 친구들과 만나서 놀고 있었다.
그때, 나의 폰에 알람이 울렸다.
그 폰에는 내가 항상 생각하던, 그리고 바라왔던 그녀의 이름이 써있었다.
" 도형아 뭐해? 혹시 잠깐 시간 될까...? "
그 문자를 받은 나는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고, 곧장 대답했다.
" 응 "
친구들과 놀고있었지만,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녀가 오라고 한 장소로 갔고, 그 장소에서 익숙하지만, 항상 원하고 있던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미친듯이 뛰는 나의 심장을 감춘 채 ,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며 최대한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 왜 불렀어? "
"어... 그냥 적적해서."
적적해서라니.
그냥 날 보고싶어서 부른걸까?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괜한 기대감을 품었다.
그녀의 앞에서 그녀의 눈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심장이 뛴다.
이런 나의 마음을 감추기 위해, 이런 상황에서 계속 생각만 한다면 나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할 것 같기에, 나는 말을 꺼냈다.
"어... 마침 나도 심심했던 참인데."
"일단 배고프니까 뭐좀 먹을까?"
"주변에 음식점이 있으려나...?"
"돌아다녀보자."
그렇게 나는 그녀와 발걸음을 맞춰, 걷기 시작했다.
그녀와 걷다보니, 자연스레 이삭토스트 가게에 도착했다.
우리는 이삭토스트를 사서, 근처 놀이터에 갔다.
마침 놀이터 구석에, 그네가 보였다.
그녀가 먼저 말했다.
"우리 저기 앉을까?"
"그래"
그렇게 나는 그녀와 나란히 앉아, 이삭토스트를 먹기 시작했다.
환하게 떠오르는 달빛, 저녁이라는 날씨덕분에 내 입가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
그녀와 함께있는 이 순간, 주위에 있는 모든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아무 대화 없이 그저 이삭토스트를 먹었다.
하지만 어색하지는 않고, 오히려 행복하기만 했다.그녀와 단 둘이서 함께 있을 수 있다니.
나는 지금 이 상태로 시간이 멈춰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가능하겠지...
이삭토스트를 다 먹고난 후, 우리는 이제서야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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